AI는 날마다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남아 있죠: 이 지능은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네이버클라우드는 그 질문의 한복판을 파고듭니다. 우리는 ‘모델을 높이 쌓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의 하루와 맥락을 먼저 이해하고, 그 위에 기술을 얹습니다. 연구실에서 데모로 끝내지 않고 현장 사용자와 함께 설계하고, 실제 사용 환경에서 검증해, 무엇이 진짜 도움이 되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데이터로 확인합니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더 강한 모델이 아니라 더 이롭게 쓰이는 기술,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의 문을 여는 기술. 포용적 AI는 그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며, 실험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경험을 바꾸려는 우리의 방법론입니다.
포용적 AI란?
포용적 AI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기술을 뜻합니다. 그동안 시장성의 이유로 소외되기 쉬웠던 노인, 어린이, 장애인, 환자까지 포함해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도움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말과 글, 소리와 몸짓, 화면 조작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모두 포용하는 방향으로요.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Human-Computer Interaction, HCI)은 사람과 기술의 만남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분야입니다. ‘누가, 어떤 맥락에서 이 기술을 부담 없이 쓸까?’를 묻고 현장에서 검증하죠. 즉 HCI는 기술을 ‘가능’에서 ‘유용’으로, 포용적 AI는 그 유용함을 모두의 일상으로 넓힙니다.
사례 1. 액세스톡(AACessTalk): ‘대화가 시작되던 순간’
말이나 문장 표현이 어려운 무발화ㆍ저발화 자폐 아동과 부모의 대화는 마음만으로는 닿기 어렵습니다. 기존 AAC(보완ㆍ대체 의사소통) 도구는 미리 정해 둔 단어 카드 중심이라 기본 욕구 전달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때그때 달라지는 일상 대화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기엔 한계가 있었죠.
액세스톡(AACessTalk)은 이 점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대화 문맥을 실시간으로 읽어 아이에게는 ‘지금’ 필요한 단어 카드를, 부모에게는 상황별 대화 가이드를 함께 제안하죠. ‘무엇을 말할지’와 ‘어떻게 이끌지’를 한 화면에서 연결해, 단순히 요청ㆍ응답을 넘어 이야기의 흐름을 만듭니다.
[그림 1: 부모를 위한 가이드라인 생성 방식. 현재 대화(A)를 분석하여 예시 메시지(H)가 포함된 부모 가이드라인 생성]
현장에서도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2주간 11개 가정에서 액세스톡을 사용한 결과, 총 232번의 대화가 기록됐고,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단어 카드는 2,244개에 이르렀습니다. 여러 부모가 “처음으로 아이와 진짜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예상치 못한 단어로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 안의 언어 능력을 새롭게 보게 됐다”라고 전했습니다.
연구 성과 역시 주목받았습니다. 액세스톡 프로젝트는 HCI 세계 최고 권위 학술대회인 ACM CHI 2025에서 상위 1%에게 주어지는 최우수 논문상(Best Paper Award)을 받으며 학술적으로도 인정받았죠.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건 상장보다 가정에서 일어난 변화였습니다. 도구가 효율을 넘어 이해와 연결의 경험을 열어 줄 수 있음을 현장에서 데이터로 증명했습니다.
<관련 논문>
“AACessTalk: Fostering Communication between Minimally Verbal Autistic Children and Parents with Contextual Guidance and Card Recommendation,” by Dasom Choi, SoHyun Park, Kyungah Lee, Hwajung Hong, and Young-Ho Kim.
ACM CHI 2025 (Best Paper Award)
사례 2. ChaCha: 감정과 대화하는 챗봇
포용적 AI와 HCI는 아이의 감정 대화 연습에도 쓰입니다. 아이의 감정 지능을 길러 주려면, 일상에서 감정을 말로 붙잡고 다루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늘 학교에서 서운했던 일, 동생과 다퉜을 때의 답답함, 기대했다가 실망한 마음… 이런 감정을 말로 붙잡고 이름 붙이는 연습이 필요한데, 막상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는 쉽지 않은 숙제죠.
그래서 HCI 팀은 자유 대화형 LLM 챗봇 ChaCha를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ChaCha에 “오늘 체육 시간에 친구가 밀었어”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하면, ChaCha는 그 감정의 이름을 함께 찾아주고(“혹시 놀랐고 억울했을까?”) 숨 고르기, 생각 바꾸기 같은 대처 방법을 단계별로 제안합니다. “내일 그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볼까?”처럼 다음 행동까지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사용자 테스트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미리 설계된 안전한 대화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도 아이의 말에 맞춰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대화했고, 많은 아이가 ChaCha를 “동갑내기 친구”처럼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부모 앞에서는 망설이던 이야기도 챗봇에는 더 편하게 털어놓으며, 감정을 표현→이해→조절하는 작은 성공 경험을 거듭할 수 있었죠.
[그림 2: ChaCha 대화 시스템의 대화 단계 및 전환 규칙. 사용자가 메시지를 입력할 때마다 시스템은 현재 단계에 해당하는 테스트를 수행해 전체 대화 기록을 검토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지 현재 단계에 머무를지 결정]
<관련 논문>
“ChaCha: Leveraging Large Language Models to Prompt Children to Share Their Emotions about Personal Events,” by Woosuk Seo, Chanmo Yang, and Young-Ho Kim.
ACM CHI 2024
사례 3. MindfulDiary: 진료 사이 공백을 메우다
자칫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도 포용적 AI와 HCI는 힘을 발휘합니다. 진료와 진료 사이, 이야기의 공백을 메우는 일처럼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보통 몇 주 간격으로 이어집니다. 환자가 그사이 일어난 변화와 사건을 기억에만 기대어 의사에게 전달하면 놓치는 맥락이 많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면 병원 밖에서의 일을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 있지만 일기를 쓰는 것이 환자에겐 큰 부담이죠.
[그림 3: MindfulDiary 앱의 주요 화면. (a) 메인 화면, (b) 일기 작성 화면, (c) 일기 대화를 제출할 때 나타나는 요약 화면, (d) 과거 일기를 표시하는 리뷰 화면]
MindfulDiary는 일상 대화를 하듯이 AI와 짧게 이야기하면, 그 대화 속에서 기분 변화와 수면 패턴, 대인 스트레스 같은 핵심 단서를 자동으로 구조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환자에게는 기록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진에게는 요약 리포트로 핵심만 빠르게 보여줘 다음 진료에서 더 정확하고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실제 병원 파일럿에서 청소년 환자들이 높은 몰입도로 꾸준히 사용했고, 축적된 데이터는 자살 고위험 신호 등 임상적으로 중요한 패턴을 사전에 포착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의료진도 환자와 AI 간의 일상 대화를 들여다봄으로써 환자들이 병원에서는 좀처럼 이야기하지 않는 행복한 사건들과 현실감 있는 생각들을 알게 되어 환자들에 대해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며 궁극적으로 진료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MindfulDiary는 ‘진료-공백-진료’ 사이의 끊어진 선을 연결된 이야기로 바꾸는 도구가 되었죠.
<관련 논문>
“MindfulDiary: Harnessing Large Language Model to Support Psychiatric Patients’ Journaling,” by Taewan Kim, Seolyeong Bae, Hyun Ah Kim, Su-woo Lee, Hwajung Hong, Chanmo Yang, and Young-Ho Kim.
ACM CHI 2024
사례 4. 케어콜(CareCall): 안부를 설계하다
혼자 지내는 어르신이나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몸상태를 묻고, 작은 변화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말은 간단하지만 현장에선 쉽지 않죠.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신뢰가 깎이고, 위기 신호를 놓치면 노력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케어콜은 전화 한 통 속 경험의 설계를 바꿨습니다. 이전 통화에서 복약이나 수면, 식사 등 핵심 내용을 기억해 오늘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식사하셨어요?” 같은 확인형 질문 대신 “요즘 입맛은 어떠셨어요?”처럼 존중을 담은 개방형 질문으로 변화를 살피죠. 위험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사람 상담원에게 연결되도록 안전장치도 넣었습니다.
케어콜은 ‘정답을 말하는 AI’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 주는 AI를 지향합니다. 기억하고, 조심스럽게 묻고, 필요할 땐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 그 세 가지가 합쳐질 때 전화 한 통이 돌봄의 인프라가 됩니다.
<관련 테크 블로그>
1. 클로바 케어콜 논문(1): LLM 챗봇의 공공의료적 강점 및 난제 (CHI 2023)
2. 클로바 케어콜 논문(2): 챗봇의 장기기억과 자기표현 (CHI 2024)
다음 걸음
팀네이버는 HCI의 관점으로 ‘더 똑똑한 모델’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를 우선하고자 합니다. 포용적 AI의 적용 대상을 넓혀 더 많은 사용자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현장에서 함께 설계하고 충분히 써 보며 진짜 문제를 찾고 풀겠습니다.
접근이 어려웠던 문턱을 낮춰 모두를 맞이하는 기술, 누군가의 내일을 오늘보다 분명히 낫게 만드는 경험을 일반화하기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포용적 AI를 개념에서 실행으로, 좋은 의도를 측정 가능한 효과로 바꾸며 전진하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KBS N 시리즈 ‘AI토피아’ 제 3회
위에서 정리한 내용은 김영호 리서치 사이언티스트(HCI 연구 그룹 리더, NAVER AI Lab, NAVER Cloud)가 출연한 KBS N 시리즈〈AI토피아〉 제3회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적 AI : HCI 연구 및 케어콜 편’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송은 핵심 개념과 배경을 맥락화하고 최근 흐름을 함께 짚어, 본문에서 다룬 방향성을 더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